[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서초구는 예술의 전당과 높은 아파트값으로 대표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이지만, 최근 들어 그늘도 부각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서초구의 작년 하반기 업종 폐업률은 5.5%로 서울에서 세번째로 높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나 '세모녀 살인 사건'처럼 주민의 불안함을 부추기는 사건이 부각되기도 한다. 안전 강화나 지역 활성화 같은 생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구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예술 활성화로 경제·안전 다 잡아라"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지하상가는 서초구 그늘의 전조 내지 '현재진행형'으로 알려진 곳이다. 예술의전당 인근으로 통하는 지하통로 양 옆에는 상가들이 즐비했으나 현재는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과거 진로그룹이 역사 출구 쪽에 둔 백화점이 1997년 회사 부도 후 철수하자 유동인구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31일 오전 10시쯤 찾아간 남부터미널역 지하상가는 기자의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을만큼 고요했다. '명산품상가'라는 게시판에는 아무 유인물도 게시되지 않았다. 통로 양 옆에는 철 판막이가 쭉 늘어서 빈 점포들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인삼코너'라는 간판만이 남아 이곳이 상가였음을 알려줬다. 역사에서 출구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이용객이 줄어들자 청소년 비행 장소로 지목받고, 2004년 이후로 계속 폐쇄된 상태였다.
인근 아파트 주민 A씨는 지하상가 질문을 받자 대뜸 "예술의 거리를 지정해서 예술의 전당 쪽과 연계해야 한다"며 "지금은 밤 되면 무서워죽겠는데, 예술 작품도 전시해서 활기를 불어넣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공인중개업소의 B개업공인중개사 역시 "이곳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수익성에 얽매이지 않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20년 가까이 방치하느니, 차라리 예술인과 영세 악기업체에게 무상이나 저렴한 임대료를 받아 활성화시키면 주변 상권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우리동네 공약지도' 역시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안전 등 생활 이슈가 서초구의 '핫이슈'임을 시사하고 있다. 서초구의 관심분야 중 사건사고·자연재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1.5%로 서울 1위이며, 이슈 단어 18위에는 '예술'이 올랐다.
문화도시·문화도시재생으로 지역 활성화
6·13 지방선거에 나선 서초구청장 후보들은 나름대로 생활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는 서초구의 자산인 문화를 활용해 남부터미널역 지하를 포함한 지역 활성화 구상을 내놓았다.
5대 공약인 '문화·체육 1번가 서초'에는 ▲예술의 전당 일대 '문화도시 사업' 유치 ▲남부터미널~예술의 전당 일대까지 문화예술 지구 조성 ▲권역별 문화도시 재생사업으로 문화 테마거리 조성·정비 및 문화체험 거점 공간 조성 ▲문화체육복지기금 조성으로 문화체육 향유 시스템 구축 등이 있다. 또다른 대형 공약인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및 서초 평화의 숲 광장 조성'에도 친환경복합문화 공간 제공이 포함돼있다. 이 후보는 "문화체육복지기금을 활용해 임대료를 받지 않고 예술인과 스타트업을 남부터미널역 지하 점포 자리에 입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지역 활성화 정책을 안전·편의 정책으로 잇는 공약도 제시했다. 역시 5대 공약인 '스마트 시티' 공약은 양재 R&CD 혁신단지에 각종 투자와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스마트인프라 네트워크' 및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안전관리·교통 등 주민 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어린이보호구역 확대·폐CT 촬영·케이블카 설치 등 공약도 제시
다른 후보들도 안전이나 문화 등 생활 공약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조은희 후보는 5대 공약에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통학로 등굣길 도우미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안전 공약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 김용석 후보는 노인요양시설 추가 설립 및 폐CT 촬영비 지원 등을 5대 공약으로 내놓았다. 민주평화당 조순형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5대 공약 중에는 여성친화도시지정 등 안전 공약과 무지개형 케이블카 설치 등 문화 공약이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 전당 방향 지하통로 모습. 양 옆에 있는 빈 점포를 철 판막이로 가려놨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