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일자리 등 '국민의 삶' 바꾸는데 국가재정 적극 역할해야"

"최저임금 증가, 긍정적인 효과 90%"…'소득주도성장' 지속의지 피력

입력 : 2018-05-31 오후 9:16:18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는 90%이상”이라며 소득주도성장 비판론에 대해 사실상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일자리 등 국민의 삶을 바꾸는데 필요한 정책과 사업에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투입정책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총 세 세션으로 6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등 당·정·청 주요인사 80여명이 모여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부의 중기재정운용 계획과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재정은 국가의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일자리,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도 적극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1세션(재정운영방향) “구조적 문제, 특단조치 필요…재정지출 증가율 높여야”
 
제1세션은 재정운용방향으로 2022년까지 문재인정부가 해야 할 일과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총지출증가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정하는 등 재정총량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발제하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여덟 명이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현재의 고령화 추세에서 구조적이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지출증가율을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1분기 가구소득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 내에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 임금이 크게 늘었다”며 “상용직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이런 부분은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상당 부분 근로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적인 효과가 90%다. 최저임금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나 미흡한 부분은 보완을 해 가면서 당과 정부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세션(분야별 재원배분) “재정의 적기투입과 구조조정 중요”
 
제2세션은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사회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일자리, 저출산, 성장기반 조성, 삶의 질·사회적 가치 제고’ 중심으로 중점 투자해 전략적으로 재원을 배분하자는 분야별 재원배분 방향을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대 신산업 분야에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분야에 정부가 적극 투자하여 산업계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령층의 인생 삼모작 지원과 저소득층의 일자리 지원에 향후 중점 투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환경분야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를 언급하고 “미세먼지 발생물질 저감기술 등 기업지원도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지속 발굴하고 생활화학이나 살균제 등 화학물질을 관리해나갈 수 있는 체계구축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대구축에는 절박함과 창의성, 과감함이 부족해 성과 또한 부족했다”며 ▲중소기업 지원 ▲IT벤처 창업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상생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근로시간 단축을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동력을 적극 끌어내는 핵심요인으로 지목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각 부처 장관들에게 사업에 대한 질적인 개선을 부탁하며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또한 “예산이 속도감 있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할테니 집행할 때도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효율성 높은 집행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사업의 질적 전환이라는 보완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조직마다 진정성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국민 앞에 겸손해야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혁신성장 등 모두 적기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출에 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여전히 국민들이 보기엔 예산누수 등의 인식이 많은 것 같다”면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해나가면서 재정을 확대한다고 할 때 비로소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 참석을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과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3세션(저출산과 재정혁신)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 정착돼야”
 
마지막 3세션은 저출산과 재정혁신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저출산율(1.05명)을 기록한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 극복방안과 그 재정소요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수현 사회수석 사회로 진행됐고,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과 재정소요(안)’을 발표했다. 신혼부부 주거지원, 일·생활균형, 워라벨, 평등한 지원, 효율적 행정지원체계를 통한 저출산 극복방안 등이 제시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주거의 수요-공급 불일치를 중재할 수 있는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제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혼부부 등의 주거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신혼부부 전형으로 설계를 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더 과감하게 하되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적 변혁의 시대다. 의식의 변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고 했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하다. 중소기업 등 사각지대는 육아휴직도 어렵다. 거점형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저출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외 입양이 많다. 사회가치적 측면에서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향후 5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이라며 “추가 지출이 있더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문 대통령은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문화와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이런 문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가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3세션 후반부는 반장식 일자리수석 사회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고착된 기존 재정제도를 혁신하고 사회적 가치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운용으로 개선하자는 재정혁신 방향과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유가 있는 기금과 여유가 없는 기금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관련법령 개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박은정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반부패 종합대책으로 논의된 ‘부정환수법’은 공공재정의 허위청구, 부정수급 등의 예방과 통제를 위한 것”이라며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낙연 총리는 “재정전략은 철학의 다름을 수반하는바, 부처 사이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며 “상호 이해하고 결론이 난 부분은 수용함으로써 부처간 엇박자 논란 등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밝히고 정부부처의 소극적인 대처에 아쉬워하는 발언을 하자 일부 언론에선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속도론'을 거론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대한 질책이자 '최저임금 인상론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힘실어주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의겸 대변인은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회의는 김 부총리가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조정했다”며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서도 애초 원고에서는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주시고~’라고 돼있었는데 현장에서 말씀하시면서는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라고 힘을 실어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책과 사람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면서 누구의 승리나 패배로 해석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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