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조사 결과, 재벌과 총수에 대한 신뢰는 인구통계학적 변인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기업에 대한 평판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40대의 인식이 전체 신뢰도의 가늠자가 됐다.
38.47(환산점수 기준)로 두 달 연속 1위에 오른 LG는 전 연령층, 직업군, 지역 등에서 모두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50대 이상 중장년층(43.82), 부산(49.33), 가정주부(42.15)로부터 특히 신뢰가 높았다. 지난달 20일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구 회장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기업 운영 철학 등이 회자되면서 기존의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GS(18.33)가 상위 순위를 유지한 것 역시 LG와 유사한 기업 이미지가 평가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8.07로 3위에 오른 교보생명보험은 창업자의 유훈이자 기업의 철학이기도 한 국민교육 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을 응답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6년에는 '가장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펼친 기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여성(9.71)과 학생층(13.41)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높았다. 서울(12.38), 경기(8.94) 등 수도권에서도 평가가 좋았다. 신세계(7.73)는 50대 이상 주부층(19.54)에서 신뢰가 높았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인 쇼핑 등 소비생활 면에서 친숙한 이미지 구축과 함께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39.80으로 최하위에 랭크된 한진은 남성(-44.4), 40대(-56.41), 자영업(-45.33)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별로는 울산(-48.89)의 평가가 가장 낮았다. 총수 일가의 일탈과 불법 비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에서 기업에 대한 평가는 경제적 활동 뿐 아니라 사회적 평판과 신뢰 역시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 사례다.
부영(-24.60)은 대구(-46.67)에서 신뢰가 가장 저조했다. 자영업층(-29.33)으로부터도 긍정적 평가가 적었다. 임대주택 건설로 신뢰를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총수의 횡령, 배임, 임대주택 비리 등으로 부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롯데(-12.0)는 20대(-26.16)와 학생층(-26.16)에서 평가가 낮았다. 지역별로는 울산(-35.56)에서 가장 낮은 신뢰를 얻었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가족간 법적 공방과 정격유착 등의 이미지가 젊은층에 부정적으로 인식된 결과다.
총수 신뢰도 1위에 오른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남성(28.46)과 여성(29.0) 모두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36.62)과 화이트칼라(30.70), 광주(46.67)에서도 평가가 좋았다. 고 구본무 회장에 대한 후광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 회장(8.0),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7.33) 역시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부터 긍정적 평가가 높았다. LG그룹에서 분사한 이후에도 유사한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총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20대 젊은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를 보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두 달 연속 꼴찌를 한 조양호 한진 회장(-57.60)은 전 연령층, 직업군 등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남성(-60.98)이 여성(-54.33)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연령별로는 40대(-7019)의 평가가 가장 박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28.73)은 남성(-32.38), 40대(-40.38), 자영업층(-44.67)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울산(-48.99)에서의 신뢰가 가장 낮았다. 폭력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총수의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중근 부영 회장(-28.27)은 남성(-34.01), 40대(-35.90)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민주택 건설사란 이미지에 맞지 않게 자영업층(-36.67)에서 평가가 나빴고, 지역별로는 대구(-51.43)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26.40)도 전월 대비 이미지 개선은 크지 않았다. 남성(-33.88)이 여성(-19.16)보다 낮은 평가를 했고, 20대(-39.07)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광주(-40.0), 화이트칼라(-30.26)의 신뢰도 높지 않았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