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싱가포르 '종전선언' 가능성 어디까지

트럼프 처음으로 '종전' 언급…북미회담 결과·주변국 반응 변수

입력 : 2018-06-03 오후 3:26:3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3국 정상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북미회담 진행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적 의미의 종전은 ‘전쟁을 종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로 실질적인 적대행위는 사실상 종료됐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전협정은 1주일이나 한달 등 단기간 동안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체결된다. 이후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진행하거나 반대로 정전협정 전 전시 혹은 준전시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남북 간 정전협정은 이례적으로 65년이나 이어져왔다. 따라서 정전협정을 바로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평화협정 체결로 넘어가기 위한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 성격으로 종전 선언이 언급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형태의 종전 선언을 선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종전선언이 동시에 진행될 지를 놓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실무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추가 정상회담을 시사한 것도 변수다. 남북미 종전 선언은 북미회담 주요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경제적 지원 등의 합의 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빅딜이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이날 사인(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며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주변국의 반응도 변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신들이 배제되는 종전 선언·평화협정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종전선언 언급이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한 외교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핵문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지원 등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것이 많지만 딱히 해줄 것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도 하자고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달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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