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 살수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반면 나머지 부하직원들의 혐의는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신윤균 전 제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살수요원이었던 한모씨와 최모씨에게는 각각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살수차 운영을 맡지만 집회 당시 권한을 현장지휘관에게 위임했고, 대규모 집회가 이뤄질 때 청장이 상황센터에서 안전한 살수 등 구체적 지시가 불가능하다”며 “과열된 집회에서 일부 상황에만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웠고,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 지휘감독상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던 장소의 위험성을 인식했던 기록은 없었고, 현장지휘관에게 ‘살수차는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하라’며 살수 지휘 지침 등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고 판시했다.
현장지휘관이었던 신 전 단장에게는 “살수차와 같이 위해성이 강한 장비를 운용할 때 직접 주시하며 살수개시와 범위를 지시 및 승인하고, 과잉살수를 할 경우 이를 중단하게 해 부상자 구호 를 지시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또 “백 농민에 대한 살수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부인하지 않았고 살수지점을 볼 수 있는 경력을 배치해야 했음도 인정했다”고 이었다.
이어 “살수요원이었던 한씨와 최씨는 시위대 안전에 주위를 기울이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백 농민이 밧줄에서 이탈하게 할 목적으로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이 물줄기에 먼저 타격되도록 살수차를 조작했다”며 “백 농민이 쓰러지고 구조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살수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살상력을 갖는 살수차의 도입 여부나 이 시위 전개에도 관여하지 않은, 직접 투입돼 명령에 따라 시위를 직접 방어하던 경찰관들일뿐”이라며 “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살수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백 농민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머리 부위를 맞고 두개골 골절을 입어 2016년 9월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구 전 청장은 살수 승인 등 지휘감독을 다 하지 않은 혐의로, 신 전 단장은 살수요원들이 백 농민에 대한 직사 살수를 방치한 혐의를 받았다. 한씨와 최씨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