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2015년 11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직사 살수로 백남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혐의를 부인했다. 유족의 고발장 접수 2년여 만에 열린 재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는 7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로 백씨를 직사 살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과 신윤균 전 제4기동단장, 살수요원 한모씨와 최모씨 등 총 4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로 정식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었지만, 구 전 청장은 직접 재판에 출석해 발언했다.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인 박상융 변호사는 우선 '총괄 책임자'라는 의미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종로구청 상황에 대해서는 기동본부장이 총괄책임자"라며 "검찰 공소장은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휘할 수 있는 차장이나 본부장 등을 두 단계 뛰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백씨가 쓰러진 시위 현장뿐 아니라 다른 지역 영상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 전 청장도 당시 사고현장에 대해 "사고 현장은 센터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감별할 수 없는 지역이고, (집회·시위가) 같은 시간 대에 발생해 어떻게 한쪽만 신경 쓰느냐"고 말했다.
변호인은 살수차 요원들이 내부 모니터를 통해 백남기씨가 밧줄을 당기거나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상 화질이 좋지 않아 현장 상황을 보지 못했다면 주의 의무 위반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해상도가 낮아서 살수차 안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총책임자이자 감독자가 그 상황에 관해 얘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구 전 청장은 살수차 운영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백남기 농민 머리를 향한 직사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구 전 청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현장 지휘관인 신 전 단장이나 살수 요원에게 이를 중단시키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살수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조원대 다단계 투자사기를 벌인 유사수신업체인 IDS홀딩스로부터 경찰관 인사·수사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다음 재판은 내달 19일에 열린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백남기 사망'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