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전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는 기업 규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각 사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단순 인력 충원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진 상태다.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가 40시간으로 현행과 동일하지만 연장근무(12시간) 및 휴일근로(16시간)가 합계 12시간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주간 68시간까지 가능했던 것이 16시간 줄어든 52시간으로 변경된다.
일부 사무직을 제외하면 생산과 연구개발, 영업 3개 부문이 주축을 이루는 제약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는 당장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탓이다. 특히 생산과 영업직의 경우 재정적 부담을 감수한다면 인력충원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업무 연결성이 강한 연구개발의 경우 물리적 인원수 늘리기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오전 근무자가 퇴근하고 오후 근무자가 업무를 이어받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A라는 연구원이 오전까지 연구하던 것을 B연구원이 오후에 이어받는 데 어려움이 따라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연구개발이 기약 없는 영역인 만큼 근무시간을 제한하면 신약 개발 시간단축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일선에 있는 영업사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품설명회, 학회 등 주말 또는 야간행사가 잦은 제약영업직 특성상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는 해당 시간 근무를 하면 주중 대휴를 주는 방식이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 월 단위 성과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영업사원에겐 이 역시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영업사원에게 성과제가 적용되지 않은 일부 제약사 직원들만 조용히 반기는 분위기다.
또 자금력이 있는 대형제약사의 경우 인력 충원이나 생산설비 자동화 등이라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다. 업계 한정된 인력폭 속 전문성을 갖춘 직원의 추가 채용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뾰족한 수를 내기보다는 일단 현재 인력으로 가동해보고, 향후 문제 발생 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식의 막연한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법 시행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긴 업계 양강 유한양행과 GC녹십자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양사는 올 1분기 기준 1776명, 1995명의 고용 규모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추가 인력채용이나 탄력근무제 등에 대한 대응책을 조율해 이번주 내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일단 생산 인력의 추가 채용을 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으로, 연구개발 및 영업직에 대한 사안은 내부 검토 중에 있다.
그나마 위탁생산(CMO)에 특화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이다. 제품 생산에 특화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산직원들이 3교대 순환근무체제가 구축된 만큼 개정법을 위한 별도의 대응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소형 제약사들은 개정법 시행을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다음달부터 개정법 영향을 받는 기업이 300인 이상 규모에 한정되는 만큼, 위탁 생산물량 수주 및 영업기회 확대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50~299인 기업은 오는 2020년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 규모 300인 미만의 제약사가 보유한 생산시설이 대형 제약사들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내거나 공급물량을 맞출 수는 없어 폭발적 매출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300~500인 규모 제약사들의 물량은 일부 수주가 가능해 일부 수혜를 받는 부분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제약업계에선 기업 규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