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약진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바뀔 조짐을 보인다. 태풍의 눈은 화웨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인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전년 대비 대폭 높이며 유럽 등으로 눈을 넓혔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원조인 애플의 2위 지위로 위태로워졌다.
14일 화웨이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위(Richard Yu)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아너 플레이(Honor Play) 행사에서 올해 최소 2억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출하량 1억5300만대보다 30.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 출하량 3억1750만대에는 못 미치지만 애플의 2억1580만대와는 어깨를 견줄 수준이다. 리처드 위 CEO는 "우리는 2010년부터 7년 동안 스마트폰 사업을 51배가량 키워왔다"며 2억대 출하를 자신했다.
캐나다 토론토 이튼센터에서 소비자들이 화웨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분기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를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좁힌 화웨이는 2분기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해 중저가 라인업까지 선보이는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연간 출하량이 2억대를 넘기 위해서는 애플의 비수기이자 화웨이의 플래그십 제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2분기가 매우 중요하다.
화웨이는 지난 3월 말 공개한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P20 시리즈의 판매 영역을 중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으로 넓혔다. 출시 직후 판매량이 지난해 출시된 P10 시리즈보다 316% 급증하는 등 반응이 좋다. 화웨이는 이와 함께 신흥시장 인도에서는 저가 전략을 내세웠다. 화웨이는 지난달 말 인도에서 저가 브랜드 아너를 통해 1만루피(약 15만9800원) 이하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2위 등극을 시간문제로 본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2분기 점유율 12%를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설 것으로 관측했다. 주력 모델 판매가 1분기보다 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애플의 하반기 신제품 흥행 여부가 관건이지만 1~2분기 기록한 성장속도를 유지한다면 연간으로도 애플을 제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진출이 막힌 것은 화웨이 성장에 약점으로 꼽힌다. 앞서 화웨이는 올 초 통신사 AT&T와 손잡고 메이트10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견제로 무산됐다. 결국 화웨이는 메이트10 자급제 출시로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 관점에서 화웨이가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애플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화웨이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미국 진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