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압박을 지속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CJ는 손경식 회장 일가가 소유한 조이렌트카,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간접 보유한 SG생활안전 등을 정리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CJ올리브네트웍스 거취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마다 총수 일가가 부동산 관리회사, 물류·시스템통합(SI), 광고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을 주문했다. 또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한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원 이상 혹은 매출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관련 적법성 여부를 검토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55.01%, 이선호 부장 17.97%, 이재현 회장의 딸 이경후 CJ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가 6.91%,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14.83% 등 총수 일가와 그룹 지주사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재현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이 부장과 이 상무에게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2014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IT와 유통의 다소 이질적인 만남에 당시 CJ는 "IT를 활용한 스마트 유통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합병 무렵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합병으로 2013년 80%에 육박했던 CJ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이 30% 안팎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리브영이 국내 H&B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점도 고려됐다. 더욱이 합병 직전 이재현 회장이 CJ시스템즈 지분 31.88% 중 15.91%를 이선호 부장에게 증여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계열사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시스템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3444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8227억원의 18.89%를 차지했다. 전년도의 19.08%에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H&B 시장의 경쟁 격화로 올리브영의 신규 출점이 둔화되는 등 외형 확장도 어려워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상장→이선호 부장 지분 매각→㈜CJ 지분 매입 ▲㈜CJ와의 분할·합병 등 여러 시나리오들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CJ는 "상장과 합병 등을 포함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행보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