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정부가 원전 축소 정책 추진에 따른 지역의 피해를 줄이고 원전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종합 보완 대책을 내놨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에너지전환(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 브리핑을 열고 "에너지전환 후속조치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지역과 산업, 인력 등 부문별로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한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일부 보전하기로 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4기의 신규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위해 노후설비 교체 등에 들인 비용은 5000억여원에 달한다. 지역상생렵력기금은 1310억원 중 현재까지 1070억원이 집행됐다.
박 실장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이미 확정한 비용보전 원칙에 따라 후속조치 이행 시 소요된 적법하고 정당한 비용은 정부가 보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번째로 사용가능한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고 이를 재원으로 하게 된다면 전기사업시행령을 고쳐 용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 외 다른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는 한수원이 사업예정구역 해제 신청을 하면 관계부처 협의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다음 달 말 해제 고시한다. 한수원은 그 이후 예정구역 내 이미 매수한 18.9%의 토지에 대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산업부가 영덕군에 지원한 특별지원금 380억원은 법제처의 법률해석 결과 및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다음 달 중 환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원 삼척의 대진 1·2호기도 같은 방식의 절차를 거쳐 내달 말 사업예정구역을 해제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계획 취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가동원전의 순차적 수명 만료 등이 이행되면 원전 지원금을 받고 있는 지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지역 측면의 보완대책을 수립했다.
에너지전환의 영향을 받는 지자체와 협의해 희망사업 타당성 검토를 거쳐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 소득창출에 효과가 높은 사업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본지원금 지원단가(현재 0.1원/kWh) 인상도 추진해, 재생에너지를 촉진하고 원전 지원금 감소에 따른 지역의 영향을 완화하기로 했다.
산업 측면의 보완대책도 마련했다. 오는 2023년 이후의 국내 원전시장 규모 감소에 대비해 원전의 안전 운영과 관련된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한수원은 오는 2022년 12월까지 20년 이상 장기 가동원전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설비교체 등에 1조862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존 투자 규모(1조813억원)에 비해 7810억원 늘었다. 해당 원전은 고리 2·3·4호기, 한빛 1·2·3·4호기, 월성 2·3·4호기, 한울 1·2·3·4호기 등 총 14기다.
정부는 한수원과 설계·주기기 등 핵심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전 안전, 수출, 해체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원자력 R&D 역량강화도 추진한다. 보조기기·예비품 중소기업의 성장역량 보완 및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전환펀드도 연내 시범 조성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원전 축소에 따른 원전 인력 취업 불안 해소에 중점을 뒀다. 한수원의 원자력 전공자 채용 비중은 현재 13%에서 향후 5년 동안 30%까지 끌어올린다. 또 매년 인력수급 현황을 평가해 재취업·직원훈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원전 핵심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에 대한 일감 마련과 유출 방지 노력에 힘쓸 것"이라며 "매년 산업인력 생태계를 조사하고 연례보고서도 작성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에너지전환(원전부문)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