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대형 은행들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금고 쟁탈전의 경우 신한은행이 103년간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던
우리은행(000030)을 제치고 내년부터 일반·특별회계 예산을 보관하게 됐으나 서울시 자치구를 비롯해 인천시와 세종시 등도 금고 운영 은행 선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에만 금고 운영 금융기관을 새로 선정하는 곳은 서울시에 이어 25개 자치구와 인천시, 전라북도, 제주도, 세종시 등이다.
이 중 서울시 자치구 금고의 경우 서울 중구를 시작으로 나머지 자치구도 차기 금고 선정 절차에 속속 돌입할 예정이다. 25개 자치구 금고 규모는 약 16조원으로 현재 대부분 우리은행이 관리를 맡고 있다. 이번에 새로 선정되는 은행은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자치구의 세입금 출납 및 세출금 지급을 비롯해 유휴자금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서울시 금고 선정 당시 우리은행을 비롯해 국내 대형 은행들이 모두 경쟁을 벌였던 만큼 자치구 금고를 두고서도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접수를 마감한 서울 중구 금고 지정신청에는 서울시 금고지기로 선정된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자치구뿐만 아니라 인천시도 조만간 금고지기 선정에 돌입한다. 인천시 금고는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1금고와 2금고로 나뉜다. 1금고는 일반회계를 비롯해 공기업 특별회계 및 기금을 다루며 2금고는 기타 특별회계를 취급한다.
인천시 금고의 경우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한다. 현재 1금고는 신한은행이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2금고는 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전라북도와 제주도, 세종시 등도 올해 하반기 시·도 금고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지자체의 예산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약 36조원 규모의 금고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중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의 경우 서울시 금고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103년 만에 복수 금고를 도입해 1금고로 신한은행을 선택하며 우리은행 독점 체제가 깨진 만큼 구 금고 역시 두 은행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줬지만 구금고만큼은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대로 인천시 금고의 경우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인천시 1금고를 맡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농협은행이 1금고, 지방 은행이 2금고를 맡고 있는 만큼 다른 은행들이 농협은행의 독주체제를 깰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농협은행은 작년 1월 기준 전국 243개 금고 중 165개(1금고 기준)를 맡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치열한 금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고 예치금 등으로 안정적인 수신 규모를 유지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공무원을 비롯한 가족들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영업망을 지자체 산하기관으로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 규모도 상당하지만 은행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점이 많기 때문에 갈수록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출연금 등으로 역마진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지나치게 무리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