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본부장이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조 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재판거래와 법관 사찰을 비롯한 사법농단 사건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 촉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컴퓨터 PC까지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또 '대법원에서 계속 (자료 제출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적·물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해당 영장담당 판사가 판단할 예정"이라며 "대법원은 치외 법권 지대가 아니다. (대법원)이 PC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밝혔던 수사 협조에 대한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며 "검찰에서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이날 제출할 자료에 대해 "조사 보고서에는 비실명으로 그동안 관여했던 관계자 명단이 있는데 저희는 일일이 그 당시에 근무했던 관계자들의 명단을 사무분담표를 통해 특정했다"면서 "거기에 대한 개요를 함께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본부장을 상대로 법원노조의 고발 취지 등을 들을 방침이다. 법원노조는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 제출을 법원행정처에 요구했지만 일주일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제출 요구받은 자료가 방대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PC하드 디스크 등에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제출 전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령 위반을 검토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전임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관련자료를 제출할지에 여부 대한 의견 조율에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원행정처가 다른 자료도 예상보다 훨씬 제한된 규모로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 착수와 함께 '전수조사'원칙을 강조한 바 있고 이 기조를 유지 중이다. 현재로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영장 발부 권한 역시 법원에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법원행정처는 이번주 중 관련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 관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