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발인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본부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본부장을 상대로 법원노조의 고발 취지 등을 들을 방침이다. 법원노조는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법원행정처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관들의 하드디스크 등 수사자료와 함께 법원행정처의 자체조사 기록을 요청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자료를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요청한 자료에는 대법원이 조사한 4대의 전·현직 법관 PC,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PC와 이메일을 포함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받은 사람들을 조사한 기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필요한 범위를 정해주는 자료에 한정해서는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최대한 물적 증거를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6일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수사 진행 시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겠다"는 것과는 다소 상반된 대응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가급적 신속하게 제출하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임의제출이 지체될수록 향후 검찰의 강제수사 명분을 주게 되는 만큼 법원은 이번 주 안으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검찰이 요청한 자료 전부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지난 21일 참여연대 대표로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근용 집행위원을 고발인으로 자격으로, 22일에는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인 조승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를 불러 조사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고영한 대법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양승태 사법부' 핵심 인사들의 직권남용 혐의가 주요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의 해당 고발 사건을 포함해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은 현재 20건에 달한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앞에서 민주노총 법원본부 조합원과 KTX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 형사고발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