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평일 지방 근무 후 주말을 서울 집에서 보내는 '주말부부'가 집에서 회사로 출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취업과 관련해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으로 출퇴근 해석 범위를 넓힌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맥을 같이 하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서울 집에서 회사가 있는 광주로 출근하다가 사망한 송모씨의 부인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근무지 인근 '비연고지 주거'에서 홀로 지내다가 주말을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연고지 주거'로 퇴근했다가 그곳에서 출근하는 것, 이른바 '주말부부의 연고지 주거 출퇴근'도 통상의 출퇴근 범위에 속한다"며 "현 산재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송씨가 일하는 동안 머무를 목적으로 광주 숙소를 마련했다고 해도 가족과 함께 거주한 서울 집은 여전히 송씨의 주거에 해당한다"며 "송씨가 광주 숙소에 들려 물건을 챙기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출근하려고 했어도 서울 집과 광주 숙소는 모두 송씨의 주거라는 점에서 그 이동이 단절 없이 이뤄지면 통상의 경로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송씨는 교통사고 당시 주거와 취업 장소 사이를 통상적인 경로로 이동했다"고 강조했다.
송씨가 이른 새벽 시간 자가용으로 장거리를 이동한 것에 대해 통상의 출근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당시 월요일 새벽 서울 집에서 출발했으나 광주 회사까지 출근시각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사고 전날 어머니 칠순 잔치가 있어 이날 출근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당시 월요일 새벽 출근의 경우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출근 시각을 준수할 수 없었다.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통상의 출근방법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 통신회사에서 이동통신시설 장비 및 안테나 설치 업무를 담당한 송씨는 2014년 2월 오전 3시30분경 서울 집에서 자가용으로 회사 현장사무실이 있는 광주로 향하던 중 오전 5시40분경 앞서가던 트럭과 충돌하며 두부 외상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남편의 사망이 출근 중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송씨의 사망은 구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2016년 9월 헌재는 통근버스 등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출퇴근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다목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은 도보·자가용·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출퇴근 중 사고를 당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지적했다.
이후 국회를 거쳐 지난해 10월 출퇴근 정의가 확장되고 산업재해의 한 종류로 '출퇴근 재해'가 신설되는 등 산재보험법이 개정됐다. 개정법 출퇴근 재해의 경우 헌재가 지적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중 발생한 사고' 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조항이 포함됐다. 이번 재판부는 구법 대신 현행법 출퇴근 관련 조항을 소급 적용하는 게 옳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