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상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두더지마켓' 행사가 우천으로 인해 반토막이 났다. 이틀 일정이었던 행사가 하루만에 취소됐고, 그나마 행사를 연 날 역시 손님들이 많지 않아 상인들이 울상을 지었다.
서울시는 지난 30일부터 7월1일까지 청계광장에서 ‘2018 지하도상가 프리마켓-제3회 두더지마켓'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토요일인 30일은 오후 2~8시, 일요일인 1일은 오전 11시~오후 6시로 계획했다. 의류부터 패션잡화, 인테리어 소품, 핸드메이드 제품 등 11개 상가·36개 점포가 지상으로 나왔다.
30일 오후 만난 상인들은 잔뜩 찌푸린 하늘보다 더 심란한 표정이었다. 유동인구가 적어 방문객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어떤 상인은 '두더지마켓'이라고 써진 이름표를 목에 두른채 부스 밖으로 나와서 서성였다.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방문객용으로 마련한 파라솔 밑에 홀로 있거나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부스에 앉더라도 스마트폰을 만지는 모습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다.
터키식 냄비받침·컵받침을 파는 한 점포는 예상보다 행사가 뜨지 않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직원 메이트(26)씨는 "작년 가을 두더지마켓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평균 이하"라고 말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방문한 편인 의류 점포도 날씨를 원망하긴 마찬가지였다. A씨는 "서울시에서 공문이 왔길래 가만히 있기보다는 한번 시도해보자는 생각에서 참여했다"며 "지하상가 있을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평했다.
애초에 행사날짜를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 다른 의류 점포를 운영하는 B씨는 "이 시기에 비 올 수 있다는 건 일반인도 알 수 있다"며 "내일까지 장사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서울시 직원들은 점포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두더지마켓 철수 여부를 물어보고 있었다. 태풍 쁘라삐룬이 상륙해 30일 밤부터 2일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자, 이튿날 행사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상인은 물건이 안 팔리는 김에 철수를 찬성했으며, 못내 아쉬워하는 상인 역시 사안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날씨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됐다. 오후 6시쯤 비가 쏟아지자 두더지마켓은 예정보다 2시간 빠르게 철수에 들어갔다. 6시45분에는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표됐다. 당초 기상청 예보는 7월1일 호우 예비특보가 내려지는 정도였다.
서울시는 날짜 선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에 하고 싶었지만, 6·13지방선거 이전에는 법적으로 행사를 열 수 없었다"며 "청계광장은 1년 내내 행사가 잡혀있기 때문에 선거 이후 가장 빠른 날짜로 잡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을에 맑고 좋은 날짜로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후 행인들이 서울 청계광장 '두더지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