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수주잔량 '만년 3위'

과거 명성 어디로?…수년째 구조조정 지속

입력 : 2018-07-01 오전 11:26:07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중공업의 일감이 말랐다. 계속된 수주 부진에 수년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1위로서의 명성도 크게 퇴색됐다. 
 
1일 각 사 집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5월말 현재 수주잔량(금액기준) 111억4800만달러로 대우조선해양(224억달러), 삼성중공업(199억달러)에 이어 3위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실적을 다 모아도 214억9900만달러로 2위에 불과하다.
 
표준화물선환산중량(CGT) 기준인 클락슨 집계로도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이어 2위다. 수주잔량은 아직 인도되지 않은 물량, 즉 조선소가 현재 보유 중인 일감으로 향후 발생할 매출을 뜻한다. 과거 현대중공업은 삼호와 미포를 합하지 않아도 수주잔량 부동의 1위였다. 현대중공업을 정점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포진한 빅3는 한국 조선의 자존심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오는 7월 완공 예정인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 공사현장. 사진/현대중공업
 
그러나 2014년 12월 클락슨 집계에서 대우조선이 1위로 올라서고 현대중공업이 2위로 밀리는 일대 '사태'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듬해 3월 삼성중공업에도 역전을 허용하며 3위로 추락했다. 이후 클락슨 및 자체 집계에서 1위를 탈환하지 못하고 3위와 2위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액은 19억1300만달러로 대우조선해양(28억달러), 삼성중공업(23억달러)에 비해 31.7%, 16.8% 각각 적다. 전년 동기(16억5800만달러) 대비로는 15.4% 늘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연간실적(30억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둔 점에 비하면 매우 부진하다.
 
조선업계는 과거 현대중공업 수주 실적을 견인했던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려 일감을 따내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가 발주한 아프리카 또르뚜 가스전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셨다. 해당 사업은 프랑스 테크닙FMC와 중국 코스코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2건을 신규 수주한 것을 빼고는 2014년 11월 이후 한국 조선사가 이 분야 일감을 따낸 경우는 없다"며 "또 다른 고부가 선박인 LNG선의 경우는 대우조선에 수주 물량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뇌물 사건에 연루돼 2019년 11월까지 군함 등 국가 공공선박 발주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일감 부족은 작업장 가동 중단과 임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7월 울산조선소 제4도크 가동을 중단했다. 창사 44년 만에 빚어진 최초의 처음 가동 중단이었다. 이듬해 3월에는 제5도크도 가동을 중단했다. 7월에는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다. 올해 8월에는 울산조선소 해양 야드 가동을 중단한다.
 
또 2015년과 2016년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여직원 등을 대상으로 3500명 규모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10년차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구조조정은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와 불안정한 생산관리, 공정지연과 하자발생 등이 해양플랜트 분야 경쟁력 저하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동 중단은 회사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수주전에서 고배를 계속해서 마시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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