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4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정부와 채권단이 정 사장을 재신임한 데는 회사 경영정상화를 매듭지으라는 의중이 담겼다. 정 사장은 '작고 단단한' 회사를 만들어 시장에 내놔야 한다.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도 궤를 같이 하는 만큼 4번째 임기도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다동 사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성립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결의한다. 앞으로 3년간 대우조선해양은 정 사장의 4기 체제 하에서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게 된다.
정 사장은 지난 2001~2003년과 2003~2006년 대표이사직을 연이어 맡았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다시 복귀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오는 2020년까지 5조9000억원 상당의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게 골자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과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 이후 6년 만에 흑자전환이다.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한 흑자라 의미도 깊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정부와 채권단 지원과 더불어 보수적으로 설정했던 대손충당금의 환입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롯이 정 사장의 경영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기 체제에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채권단과 체결한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올 1분기 기준 자구계획 가운데 3조원가량을 이행했다. 이행률은 51%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주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해야 한다. 지난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액(45억달러)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도 수주 목표액(73억달러)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26억10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세대교체도 과제다. 사장 연임 결정을 앞둔 올해 2월 단행한 인사를 최소화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지만, 조직은 여전히 관행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는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4월 정부는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확정하면서 현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조선 '빅3' 체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 사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가는 도전의 해"라고 강조했던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는 한국 조선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4기 체제를 시작하는 정 사장의 부채 감축과 수주 확대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자구계획 이행에 얼마나 속도를 낼 것이냐가 정 사장 체제의 최대 숙제"라며 "이는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향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