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공익법인, '총수 2세 회사' 지분 집중 보유"

공정위, 165개 법인 운영실태 조사…"경영권승계 악용 가능성 높다"
"60%는 총수·특수관계인이 대표…재벌일가 의중 따라 운영"

입력 : 2018-07-01 오후 4:36:0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사회공헌을 통해 공익을 증진시키겠다는 본연의 목적은 뒤로 한 채,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51개 집단이 165개의 공익법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 공익법인의 평균 자산 규모는 12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는 지난해 9월1일 지정된 자산 5조원 이상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중 증여세 등 감면 혜택을 받은 상속·증여세법상 51개 집단의 총 165개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은 동일인(총수),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138개)에 달했으며, 이들이 대표자인 경우가 59.4%(98개)로 나타났다. 상당수 공익법인들이 총수일가의 의중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은 다른 일반 공익법인보다 계열사 주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 기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했다. 이중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40%)가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인 59개 공익법인이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소속이었다.
 
또 이들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지분을 함께 보유한 '총수 2세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이 총수 2세의 우호지분으로서 경영권 승계에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은 자산 중 계열사 주식 비중은 높았지만, 정작 수입 기여도는 미미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6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배당을 받은 법인은 35개(53%)였고, 평균 배당금액은 14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주식 배당금액을 수익률로 환산해 보면, 보유계열사 주식의 평균 장부가액 대비 2.6%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주식 배당금액이 공익법인의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에 그쳤다. 특히 계열사 주식 배당금액의 경우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6%로 극히 낮았다. 공익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 왔으나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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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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