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사정당국의 '기업 옥죄기'가 본격화됐다.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호 출범 이후 재벌개혁에 대한 대대적인 예고를 이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주요 대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 수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하반기 재벌개혁에 대한 고삐는 더욱 조여질 전망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기업 숨통을 조일 규제 방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2년차를 맞아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드라이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거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이런 관행이 더는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발언 강도를 한층 더 높이며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한다"면서 "대주주 일가가 주력 사업에 대해선 당연히 지분을 가지고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지만, 비주력 계열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달라"며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공정위의 움직임도 부쩍 빨라졌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2014년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도 지분 매각, 자회사 설립 등 규제 사각지대를 통해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며, 규제 보완이 필요하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규제 도입 전후 다수의 규제 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내부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1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도 내놓으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번 발표에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오는 3일 국내 62개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하면서 또다시 칼날을 겨눌 예정이다. 자회사 배당으로 운영되는 지주사가 과도한 건물임대료나 컨설팅 수수료 등을 받으면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주사 돈줄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이같은 공정위의 움직임에 정부 안팎에서는 김상조식 재벌개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벌개혁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근절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해온 만큼,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