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명칭부터 낭만적인 '사랑니'는 유독 관련 속설이 많다. 사랑을 할 나이가 되면 난다는 이야기부터 '뽑으면 얼굴이 작아진다' 또는 뽑아야 하느냐 마느냐 등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속설을 무턱대고 믿다가는 충치 등으로 고생할 수 있어 올바른 정보를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니는 영구치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세 번째 어금니(제3대구치)를 지칭한다. 가장 늦게 나오는 치아로 보통 17~25세쯤 난다. 사랑할 나이가 되면 사랑니가 난다는 속설은 여기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치아 맹출 시기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기 때문이다. 기존 치아를 밀고 올라오는 일부 사랑니가 동반하는 통증이 마치 첫사랑을 앓는 듯이 아프다는 점도 사랑니라는 이름에 일조했다.
사랑니는 좌우상하를 합쳐 총 4개가 존재한다. 선천적으로 사랑니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잇몸 속에 가려져있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 기능은 다른 어금니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씹어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지만, 최근 기형적으로 돋아나는 경우가 많아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사랑니는 정상적으로 돋아 청결하게 관리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치열 맨 안쪽 끝에서 공간이 부족한 상태로 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사랑니가 났다고 해서 반드시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발치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아가 옆으로 눕거나 일부만 돋아나 칫솔질로 관리하기 어려운 위치에 나 충치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사랑니에서 발생한 충치가 인접 어금니로 옮겨져 발생하는 추가적인 치주질환을 예방한다는 차원도 있다. 전상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사랑니가 났을 때 꼭 뽑을 필요는 없지만,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발치하는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니가 기존 치아를 밀어내 치열이 어긋나므로 뽑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랑니가 주변 치아에 어느 정도 힘을 가하기는 하지만 치열을 어긋나게 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의 치열이 틀어지는 것은 잇몸의 노화나 치주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치열을 교정 중인 환자들은 사랑니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가급적 빼는 것이 좋다.
임산부는 임신 시기에 따라 발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임신 시 분비되는 호르몬 영향으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잇몸이 붓거나 염증이 더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중기인 4~6개월까지는 사랑니 발치 등의 전반적 치과 치료가 모두 가능한 시기로 꼽히지만 그 이상이 경과했다면 발치를 잠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사랑니를 뽑으면 얼굴이 작아진다는 속설 역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사랑니 발치가 얼굴 형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발치 후의 통증과 불편함 탓에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잠시 체중이 줄 순 있다. 때문에 사랑니를 뽑으면 얼굴이 핼쑥해지거나 작아진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사랑니와 관련된 근거 없는 속설을 무턱대고 믿다가는 충치 등으로 고생할 수 있어 올바른 정보를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고대 안암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