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법제사법위(법사위) 등 일부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만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만나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날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 간 실무협상도 추가로 진행됐지만,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법사위 배분이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전체 상임위 배분 문제까지 꼬여버린 형국이 됐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동 후 “추가적인 논의는 더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중 SNS를 통해 “여야 4개 교섭단체가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고, 원만한 협상을 이뤄가던 차에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부여잡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며 “그것이 민주당 내부의 갑론을박 때문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약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공개, 민주당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에도 “집권당의 배려가 없어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협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해 협상이 쉽했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자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국회의 입법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견제라는 미명하에 법안 발목잡기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하반기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종합부동산세법’, ‘공정거래법’과 같은 민생입법과 남북경협 및 남북관계 개선을 지원할 평화 입법, 대체복무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후속 입법 등 처리해야 할 입법과제가 산적한 중요한 시기”라고 한국당을 정조준했다.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등을 열며 오후까지 법사위 배분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법사위를 놓고 날을 세우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관례 등에 따라 민주당이 운영위, 한국당이 법사위를 각각 맡는 것에 더해 법사위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은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1석’이나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 이래저래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에서 9일 진행된 회동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김성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