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실적이 적은 보험설계사의 퇴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계약 담당자가 지속적인 서비스를 해주지 못하는 고아계약의 양산으로 보험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A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 될 경우 대부분 보험사들이 효율적 운영을 위해 설계사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고민은 고용노동부가 빠르면 이달 중에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고용보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의결할 것으로 보여짐에 따른 대응이다.
특수고용직이란 성과에 대한 보수가 지급되는 도급계약 형태로 회사와 계약한 직종으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신용카드 모집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보험설계사의 비중은 약 40만명으로 전체 특수고용직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설계사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무보험 가입이 확정되면 고용보험 가입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안고 가고 있는 저실적 설계사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저실적 설계사의 구조조정은 설계사의 퇴직 또는 이직 등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고아계약'이 대거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고아계약이 발생하면 보험 계약자(소비자)는 유지관리서비스 등을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5월 고아계약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대리점에 대해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C보험사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은 사람들을 위주로 끌고갈 수 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정리된 설계사들로부터 고아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존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가 아닐 경우 아무래도 계약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으로 인한 설계사들과 회사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의무 가입대상을 직전 연 평균 소득 100만∼150만원 이상 설계사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D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실적은 설계사마다 고르기보다 특출난 소수 설계사들이 소득이 떨어지는 다른 설계사들의 몫까지 메우는 형태라 150만원 상한선이 생긴다고 해도 구조조정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효율 설계사들을 남기고, 텔레마케팅이나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양진영기자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