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이 허용될 경우 투잡을 하고 있는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고용보험 가입시 근로자로서 보험설계사에 대한 근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시, 일반 직장인 수준의 근로시간 요구를 고민중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이달 내로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이란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계약 형식은 사업주와 개인간의 도급계약(결과에 대해 보수가 지급되는 계약)으로 일하는 직종으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신용카드 모집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해당되지 않는 특수고용직에 대해 지난해 9월 관련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해 왔다.
2016년 말 근로복지공단 기준에 따르면 직업별 특수고용직 수는 학습지교사가 약 6만, 골프장 캐디 약 2만명, 신용카드 모집인 약 1만8000명 등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는 약 34만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보험업계는 이처럼 보험설계사가 특수고용직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의 상징성 차원에서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용보험이 허용될 경우 보험설계사 외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설계사들은 선택에 기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인사업자 신분인 보험설계사들이 고용보험 가입으로 근로자로 분류될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 일반 회사원처럼 출퇴근 관리를 강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일을 함께하고 있거나, 출퇴근에 대한 제약이 적어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전업주부 등은 설계사 경력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들 중 카페운영이나, 전업주부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처럼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보험 영업을 택한 사람들도 있는데 고용보험 가입 후 출퇴근 관리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보험사도 고용보험료 부담이 생기는 만큼 설계사 모집에 대해 신중해질 수 밖에 없어 결국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반대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한 설계사들은 대부분 출퇴근과 상관없이 고객과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주52시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고용보험 가입 추진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형태로 개인사업자를 선호하는 비중이 78.4%로 근로자(19.4%)보다 높았다.
여기에 세금 납부 방식 또한 사업소득세 적용이 76.4%로 직장인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19.5%)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년차 설계사 A씨는 "처음 보험영업을 시작할 때 고용보험에 대해 안내받지 않았는데, 이제와 가입여부를 따지는 게 말이 되나"라며 "또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종합소득세를 내는데, 근로자로 분류되면 소득에 따라 세금이 많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왼쪽 네번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