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중남미에서 50% 가까운 점유율을 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시장 확대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폰이 우세한 상황이다. 양사는 현지 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에 나서며 출시 시기 단축에 나서고 있다. 현지 대응력을 높여 성장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다.
23일 업계 및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중남미 시장에서 37%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이다. LG전자 점유율은 7%였다. 양사 점유율 합은 4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레노버와 화웨이는 각각 12%, 8% 점유율로 한국 업체들을 바짝 쫓고 있지만 점유율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성장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고전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더구나 저가폰 위주인 중국 업체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저가폰부터 프리미엄까지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어 판매액 기준으로는 중국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1분기 중남미 시장 매출별 비중은 100~199달러 제품이 49%, 99달러 미만이 31%에 달하지만 200달러 이상 제품 비중도 20%를 차지한다.
(왼쪽)멕시코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S9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G7씽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남미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공장을 운영해 적기 출시를 목표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캄피나스, 마나우스 생산 공장에서 현지에서 판매되는 물랑의 절반 가량을 조달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 따우바테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브라질은 한국, 중국, 베트남과 함께 LG전자 스마트폰 4대 생산기지 중 한 곳이다.
양사는 제품군 확대에 나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제품 체험 확대를 위한 방안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전략 제품인 갤럭시S9을 글로벌 출시일과 동시에 공개했고, 갤럭시J 시리즈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중심가에는 브랜드 체험공간인 '삼성하우스'도 열었다. 중남미에서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을 망라한 브랜드 체험공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는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4번째다. LG전자는 보급형 라인인 K시리즈 중점 판매에서 나아가 지난달에는 Q시리즈 신작 Q7을 내놓았다. 한 달도 안돼 이달에는 브라질과 멕시코에 플래그십 제품인 G7씽큐를 출시했고, V35씽큐 공개 행사도 갖었다. V35씽큐는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한달 간격으로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는 셈이다.
양사가 중남미 시장 확대에 힘을 쏟는 이유는 피처폰 시절부터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충성도가 높은 이유도 있지만 향후 성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조사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축소되거나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DC는 올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0.2% 감소한 14억6200만대 수준이며,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14억926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해 왔지만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이다. 반면 중남미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25%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신흥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규모 면에서는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억3000만명으로 인도·중국·아프리카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시장이다. 평균 연령이 30대일 정도로 젊어 역동적인 시장으로도 꼽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선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체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몇 안 되는 기회의 땅으로 꼽히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제품 출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