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받아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노 원내대표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인 아파트 17층~18층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외투를 발견했으며, 외투 안에는 노 원내대표의 신분증 등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ㆍ유서 등이 발견됐다.
유서는 총 3통으로 A4 용지 4매로 작성됐으며, 2통은 가족에게, 1통은 당원과 국민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담겼다. 정의당이 이날 일부 공개한 유서에서 노 원내대표는 “두 차례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며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어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정의당은 물론 청와대와 각 당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말 가슴이 아프고 비통한 그런 심정”이라며 “노 의원의 사망에 대해서 깊이 애도한다”며 유족들과 정의당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을 통해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노회찬 의원이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들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큰 충격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며 "노동자 서민과 함께 늘 노동의 현장을 지키고자 했던 고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도 "오늘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큰 별이 졌다. 노 의원은 대한민국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 증인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3선 의원으로, 우리나라 노동·진보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서민적 행보와 소탈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웅변으로, 진보 정치인으로서 여러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고인의 장례는 정의당장으로 치러지며 이날부터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7일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각 시도당 사무실에는 분향소가 설치된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