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이제는 벤처다)③북한의 획기적 경제성장 이끌어 통일비용 절감 가능

기존 경공업 중심 모델은 한계… "개성공단도 불투명" 우려 목소리도

입력 : 2018-07-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벤처기업협회가 마련 중인 남북경협 모델은 무엇보다 정부에 제3의 경협카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부가 기존 개성공단과 함께 글로벌 첨단 산업단지라는 투트랙으로 경협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첨단·IT의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획기적 경제성장을 이끌어 통일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혁신벤처클러스터는 첨단·IT 경제협력,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으로 낙후돼있는 북한 경제를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장기적으로 통일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남북대치 상태를 유지할 경우 통일완성시점까지 투입되는 비용은 4822조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전면적 경제협력으로 나아가면 통일비용은 2316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남북경협이 단순한 평화 교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제구루들도 남북경협에 긍정적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적인 투자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지난 2일 삼성증권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북한의 경제개방을 활용해 도약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숙련되고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자본력과 경영 전문성이 있다"며 "남북경협으로 한국은 향후 10~20년 간 흥미롭고,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기업 쪽에서는 이처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공업 중심의 개성공단 모델로는 한계가 있으며, 혁신성장을 위한 벤처기업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력 해외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벤처기업계는 숙련된 북한의 IT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북한은 로켓을 만든 나라다. 나쁘게 말하면 해킹능력, 좋게 말하면 컴퓨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처럼 석사, 박사 등 공식적인 인력 평가 시스템이 없지만 IT 수준은 높이 올라와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IT,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를 펴낸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 특히 로직, 알고리즘, 블록체인 등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IT업체 디렉티(Directi)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온라인 경연 대회인 코드쉐프(CodeChef)에서도 김일성 종합대학 및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수년째 최상위권 성적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애초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하드웨어 제조 쪽보다 전략적으로 인력이 핵심인 소프트웨어 기술 양성에 힘써왔다.
 
DMZ 혁신벤처클러스터가 남북 평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것도 기대를 모은다. 비무장지대에 국내기업, 북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모일 수 있도록 비자·세금·규제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혁신벤처클러스터에 다국적 글로벌 스타트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남북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제로 격상된다. 평화를 남북 차원이 아닌 국제 차원으로 끌어올려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벤처기업협회의 비무장지대 글로벌 산업단지 구상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남북경협의 큰 물줄기인 개성공단 재개 여부조차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경협의 상징이자 뿌리와 같다"며 "개성공단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벤처기업계의 경협 문제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아직 1단계도 마무리가 안 됐다"며 "광활한 개성공단 부지를 놔둔 채 제2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은 2006년 5월 1단계로 개성공단에 330만㎡(100만평) 토지조성공사가 완료됐지만 입주기업들에는 50%가량만 분양됐다. 최근에는 경기 파주 장단면 일대에 1600만㎡(500만평) 규모의 제2 개성공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정부 여당 안팎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이처럼 DMZ 혁신벤처클러스터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벤처기업차원의 경협 모델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의 목표는 결국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벤처기업 교류 모델을 통해 기술과 사람이 오가는 혁신성장 경제공동체를 만든다면 통일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남북경협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관리체계 개편과 남북경협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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