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부대원들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태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 단장의 파기환송심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은 24일 군형법 상 정치관여,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단장의 공판을 재개했다. 이 전 단장은 기존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이 추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해 다시 서울고법에서 바뀐 재판부의 심리를 받게 됐다.
재판부는 “당시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댓글이 특정정당에 불리한 사실 관계를 담고 있는지, 종북세력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반대할 사정이 있었는지 등 군형법 94조에 따라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하는지 심리하겠다”며 “(이 전 단장은) 특정된 2157개의 댓글에 대해 정치관여 행위로 인정하는지 여부를 논거를 통해 주장해달라”고 말했다.
군형법 94조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및 반대의견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정치 관여로 보고 있다.
또 ‘군형법 94조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제기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이 전 단장 측 요청에 대해 “기존 재판에서도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아직 구두변론도 잡히지 않아 기다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전 단장 변호인 측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조사가 이어져 상급자분들이 새로 기소됐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결론이 안 난 상태”라며 “이 전 단장이 책임져야 할 범위에 참작될 수 있는 양형 자료로 관련 재판에서 나오는 증거 중 이 전 단장에게 유리한 부분을 제출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유죄 선고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6일 진행된다.
이 전 단장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530 단장으로 복무하면서 소속 부대원 121명에게 총 1만1853건의 정치관여 댓글을 달게 한 혐의를 받았다. 대부분 댓글은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본인이 470건의 댓글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이 전 단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현직 대통령을 지지한 글 1732건과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글 425건에 대해 군인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고, 징역 1년6개월으로 감형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달 무죄로 판단된 댓글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과 트위터 글을 쓰는 방법 등으로 야당을 비난하며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하 전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장(심리전 단장)이 2016년 4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