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전달된 정치자금의 성격을 계속해서 규명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드루킹' 김모씨와 도모 변호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24일 브리핑에서 "특검은 그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를 드루킹 등 관련자를 추가로 조사해서 기부 목적에 대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노 대표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특검보는 "정치자금 기부자에 대한 진술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드루킹과 도 변호사가 기부했다는 소명자료가 충분하다"며 "정치자금 기부자에 대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되고, 그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기부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 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정의당의 지적에 대해 "특검은 특검법에 수사 대상에 대해 수사했다"면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자금 흐름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 행위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번 수사는 정치자금 비중이나 댓글 조작 비중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규명할 사실에 대해 같이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 관련자에 대한 조사도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고, 지금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 17일 오전 1시5분쯤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위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후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구속영장에는 도 변호사의 범죄사실이 김씨와 공모해 이뤄진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다만, 법원은 19일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특검팀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23일 도 변호사를 다시 부를 예정이었지만, 노 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불가피하게 조사를 연기했다.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노 대표는 같은 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아파트 현관에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됐고, 외투에는 유서가 들어 있었다.
정의당이 공개한 노 대표의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노 대표의 사망에 대해 "특검은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예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전을 매개로 그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에서 이날 오전 투신해 사망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