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명의 인증서 등을 사용해 사기를 벌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국제 사기단 8명을 적발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4명을 구속기소, 3명을 불구속기소,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거액 입금을 증명하는 영문으로 된 외국 은행 잔액증명서, 트럼프 대통령 명의 인증서 등을 제시한 후 이 자금을 들여오는 데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금품을 주면 거액의 사례를 하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6명이며, 피해액은 총 3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국내 총책은 거액의 자금을 상속받은 재력가 행세를, 부총책은 국가정보원 등을 통해 상속자금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실력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일당은 외국 송금 등 자금관리책 역할 또는 자금조달책 역할, 피해자를 속이는 역할 등을 나눠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경찰에서 송치된 2억원 상당의 사기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고소인이 국제 사기단에 속아 경비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당하고, 해당 고소 사건도 추가 경비를 마련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영문으로 된 정교한 허위 문서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조직적으로 범행을 했고,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송금된 점에서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인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한 결과 고소 사건 배후에 있던 상속자금 미끼 국제 사기단 조직의 전모를 밝혀 국내 총책을 비롯한 주요 행위자 7명을 기소하고, 1명을 지명수배함으로써 서민의 삶과 가정을 황폐화하는 사기 조직을 엄단했다"며 "국제 공조로 외국 거주 공범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명의 인증서 사본. 사진/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