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이태원 살인사건' 당시 검찰의 부실 수사 등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 고 조중필씨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는 26일 조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0억9000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국가는 조씨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 조씨 누나 3명에게 각각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겪었을 정신적·물질적 피해, 현재 국민 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사정이 불법 행위 시보다 상당히 달라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 후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어떻게든 죽은 중필이 한을 일단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같은 국민을 힘들게 하지 않고 살게 했으면 한다. 너무 좀 엉터리 같다.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은 너무 힘들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족 측 변호인은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따지면 부족하겠지만, 국가 배상을 인정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범죄 피해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고 공소제기 위법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추후 판결문을 봐야겠지만 의미 있는 판단을 한 거 같다"며 "당시 검찰은 가해자에 대해 신빙성만 다루고 객관적 자료를 미처 검토하지 못했는데 이를 법원이 인정했다. 국가가 이 문제로 항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씨는 1997년 4월3일 오후 9시3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아더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건 리에 의해 살해당했다. 패터슨과 리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당시 검찰은 리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998년 대법원은 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확정했고 흉기 소지 및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패터슨은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조씨 유족이 그해 11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다시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담당 검사가 패터슨의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아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 후 패터슨이 미국에서 체포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지난해 1월 대법원은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조씨 유족은 국가가 '이태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잘못된 공소제기 및 추가적인 수사, 범죄인 인도청구 등을 적시에 하지 않아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난해 1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