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SK텔레콤이 미디어·보안·이커머스 관련 자회사들을 5년내 상장한다는 목표 아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는다. 비통신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 이통통신사에서 나아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27일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미디어(SK브로드밴드)·보안(ADT캡스)·이커머스(11번가)에서 각 사업 포트폴리오들이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3~5년내 각각 상장을 염두해 두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IP)TV와 초고속인터넷,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옥수수’가 주력 사업이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는 오는 9월 별도 법인으로의 분사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ADT캡스의 지분 100%를 1조276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유 센터장은 "MNO(이동통신) 사업자에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ICT 기업으로의 사업구조 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핵심은 비MNO 사업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로 기존 출동경비 중심의 물리 보안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보다 새로운 시장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ADT캡스 인수로 기존 보안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계획은 공정위의 승인이 난 이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에도 AI를 통한 검색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접목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SK브로드밴드·ADT캡스·11번가 등 자회사들의 영입이익 기여도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SKT타워. 사진/뉴시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지난 6월 일몰된 가운데 SK텔레콤은 케이블방송사의 인수합병(M&A)과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와의 제휴도 검토 중이다. 유 센터장은 "케이블 M&A와 콘텐츠 기업과의 제휴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넷플릭스는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제휴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망중립성과 수입 비율 산정 등이 선제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SK텔레콤의 자회사)의 배당 연계 가능성도 있다. 유 센터장은 "SK하이닉스가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이를 일정 부분 SK텔레콤의 배당으로 연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재무적 상황과 투자여건까지 고려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SK ICT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중간 지주사를 포함한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고민 중"이라며 "아직 분할 사업과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경매를 통해 확보한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중 3.5기가헤르츠(㎓)부터 투자할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전국망으로 쓰일) 3.5㎓에 먼저 투자한 후 28㎓ 대역은 소규모 지역 단위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154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05% 줄어든 346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7.35% 늘어난 9143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지분법 이익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은 증가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