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순방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박 시장은 현지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역∼용산역 일대 지하화, MICE 단지·쇼핑센터 조성 등 용산개발에 대한 큰 그림을 설명했다.
이후 국내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연일 박 시장의 발언이 다뤄졌고, 해당 뉴스는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졌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이들은 대부븐 박 시장의 발언을 용산에 투자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17일 진행된 경매 사건이다. 경매로 나온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단독주택 입찰자만 무려 107명에 달했다.
낙찰가는 1회차에서 감정가(2억8375만원)의 229%인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서울 소재 아파트가 대체적으로 감정가의 100%를 약간 넘어서는 것에 비춰보면 놀라운 수치다. 심지어 용산은 투기지역으로 묶여있어 경락잔금대출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박 시장의 발언이 용산구에 부동산 투기 세력이 몰리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이 이 정도니 일반 부동산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파장이 커지자 국토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부 입장에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용산의 이런 이상신호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박 시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박 시장 재임시절에 발표된 ‘2030서울 도시기본계획’만 살펴봐도 용산 개발에 대한 밑그림은 이미 나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의 ‘2020 서울 도시기본계획’, 정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등에서도 용산개발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복병이 또 하나 나타났다.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여의도 마스터플랜)’이다. 계획이 발표되면 용산의 부동산 시장 열기는 강건너 여의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는 셈이니 이보다 더 정확한 개발호재가 또 있을까. 서울시도 국토부도 이를 잘 알기에 발표 시기만 조율 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보면 그 어느 때보다 시와 정부의 소통이 중요해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도시재생과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았던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분명한 건 용산이건 여의도건 언젠가는 개발 될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 대응하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