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국민 불편 외면하는 약사들

입력 : 2018-07-31 오전 6:00:00
찌는 듯한 무더위 속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29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모여든 3300여명의 약사들이 서울 청계광장에 집결했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보건복지부 편의점 상비약 확대 논의를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집회였다.
 
대한약사회를 주축으로 궐기한 약사들은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가 안정성은 무시한 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정부가 표방한 '안전상비약의 접근성' 증대라는 취지와 맞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폭염을 뜷고 모여든 약사들의 목소리는 크게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약사들이 발 벗고 나서서 건강을 지켜주겠다는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약자의 편에서 지지를 보내던 시민단체들도 약사회의 주장에 등을 돌렸다.
 
약사들은 이날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라는 거창한 목소리를 냈지만, 약사들의 궐기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그들의 주장대로 '진정성 있는 국민 건강 수호'라기 보다는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말이 나온다. 무분별한편의점 상비약 판매로 약물 오남용이 우려됐다면,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전문가로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에 대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약사회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타이레놀과 판콜에이의 경우, 과연 약국에서 구입한다고 해서 전문가인 약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해들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뒤따른다. 특히 타이레놀이 편의점 상비약 판매액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약사회 주장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약사 직능을 침해하고 훼손하려는 시도에 굳건히 저항하겠다'는 주장에선 일반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봉사적 자세보다는 국민 건강을 담보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이기심마저 엿보인다.
 
지난 2016년 복지부가 발간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 조사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의 90% 이상이 편의점 상비약 판매의 편의성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70%가 넘는 국민이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공휴일과 심야시간대에 필요해서"라고  꼽았다.
 
물론 이 같은 생활 편의성만을 이유로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정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약사들의 목소리에는 십분 공감한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부작용 위험이 적은 의약품 복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궐기대회를 보는 국민들의 불편함이 과연 어디서 기인했는가에 대한 약사회의 성찰은 꼭 필요해보인다. 
 
정기종 중기부 기자(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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