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문건은 '촛불집회 시민' 진압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계엄령을 실제로 발령해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나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2일 '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 수사 경과'를 발표하고 계엄문건 보고서의 원래 제목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된 제목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 시국 대응에 대한 세부 내용에도 불구하고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수사로 문건의 실체가 분명해진 것이다.
문건이 작성된 2017년 3월 당시 청와대와 기무사 등은 헌법재판소가 계류 중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였으며,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특별수사단은 "기무사는 계엄문건 작성 TF를 비밀리에 운영하기 위해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안'TF란 이름으로 인사명령·예산 및 별도 장소를 확보했고, 망이 분리된 PC를 이용해 문건을 작성했으며, TF 운영 이후 사용된 전자기기를 포맷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사 결과는 당시 계엄 문건이 기무사 내에서 작성되기는 했지만, 정식 명령이나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고 문건 작성에 참여한 인원도 정식 지휘계통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의혹 제기를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별수사단은 특히, 계엄문건 관련 USB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수백개 파일이 저장됐다가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고, 복구된 일부 파일에는 '계엄시행준비'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문건 작성자들의 '단순 검토 수준'이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 계엄을 시행하기 위한 시도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런 사실에 주목하고 압수물 분석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현장지원 등을 명목으로 세월호TF'를 구성해 일반 지원업무 외에도 유가족을 사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는 현장 및 사이버 사찰을 통해 유가족의 성향과 정부발표에 대한 반응, 일부 유가족의 사진과 학력,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계엄문건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7월16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계엄문건 작성 TF원 등 25명을 소환 조사하고 기무사령부 등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 했다.
특별수사단 계엄문건 수사팀은 이날부터 서울동부지검에 있는 합동수사단으로 이동해 검찰과 함께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팀은 현재 사무실이 있는 국방부에서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하게 된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를 압수수색한 지난 7월25일 경기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