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등유 버스’ 적발, 22명 형사입건

버스기사 대규모 첫 입건, 대형사고 우려

입력 : 2018-08-02 오후 2:40:5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기름 값을 아낄 목적으로 난방용 등유를 경유 차량에 넣고 위험천만한 주행을 벌이던 버스기사 등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1년 반 동안 2억5000만원 상당의 등유 26만리터를 불법 유통한 판매업자 4명과 이를 넣고 주행한 버스기사 18명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2일 입건했다. 버스기사가 대규모 형사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엔 대부분 판매업자만 형사입건하고 버스기사에겐 과태료만 부과했다.
 
이번에 적발된 버스기사는 전부 통학버스, 통근버스, 관광버스 기사다. 경유 차량에 등유를 장기간 주유하면 엔진이 고장나거나 정지될 우려가 있어 인명 피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대기질을 오염시키는 유해가스도 배출한다. 하지만 등유가 경유보다 리터당 300~400원 정도 저렴하다는 점을 악용해 이들 버스기사들은 한 번 주유 시 약 12만~16만원을 절감했다. 한 버스기사는 관광버스 연료비 절감을 이유로 등유와 경유를 혼합한 가짜 석유를 18개월 동안 총 314회 7만9062리터 주유하기도 했다.
 
판매조직 4명 가운데 주범인 A씨는 석유판매점에 근무하면서 석유공급책인 B씨에게 등유를 공급받아 이동주유차량에 적재 후 등유를 판매했다. 대학생 C씨, 사회복무요원 D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해 정부 유가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 관광버스 기사들에게 기름 값을 아낄 수 있다며 영업을 벌였다. 버스기사가 주유를 요청할 경우, 대로변 노상 등 사전 약속한 장소에 주차된 버스에 이동식 주유차량으로 등유를 공급했다.
 
주범 A씨는 동일 범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가중 처벌을 우려해 타 업체 명의를 이용하거나 휴대폰 데이터를 삭제하고 버스기사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하는 등 범행사실을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 또 범죄 현장 보존을 요구하는 민사경 수사관을 차량에 매단 채 도주하며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민사경은 심야시간대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이동주유차량을 통해 관광버스에 등유를 주유한다는 첩보를 입수, 한국석유관리원과 13개월 간의 잠복·추적 수사 끝에 이들을 적발했다. 또 디지털포렌식, 통신기록 압수수색을 통해 불법 거래 내역과 공모관계를 밝혀 판매조직을 색출하는데 성공했다.
 
민사경은 이번에 적발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고 관할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과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관할구청에서는 위반사실에 따라 사업정지, 등록취소 또는 영업장 폐쇄를 명령하게 되고 이행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안승대 민사경 단장은 “등유나 등유를 혼합한 가짜석유를 자동차에 장기간 주유하면 주행 중 엔진정지로 인한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해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 환경오염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동주유차량이 관광버스에 등유를 주유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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