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공주시의회가 의원들에게 의정 업무용으로 지급된 노트북이 수년째 사실상 무용지물로 방치돼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시의회 의장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행부의 방만한 예산 사용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주시의회(의장 박병수)는 6일 오전 10시 제199회 임시회 3차 본회의를 개최하고 호남고속철도 직선화제안 발표 및 14건의 조례와 1건의 행정사무감사 승인계획서를 심의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선 이창선 부의장(나선거구, 자유한국당)은 의원 사무실에 비치된 컴퓨터와 냉장고, 전화기, 냉난방기, 정수기, TV 등 물품을 프로젝터로 소개하면서 “7대 의회 당시 개인 노트북을 지급했고, 1대당 150만원 상당”이라며 “지난 7대 의원들이 손자와 자식들에게 줘서 게임이나 하게 하다가 고장이 나서 가져오지 않는 것을 기자들이 취재하자 반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강령에 보면 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고 돼 있다”며 “특권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됐다. 이런 물품들보다는 10년 째 제자리인 의정비를 올리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병수 의장은 “사치나 특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된 노트북에 대해서도 “의정활동을 돕고자 마련됐고, 내구연한이 4년으로, 기간이 지나도 다시 의원들한테 수리해서 지급한다”며 “컴퓨터 없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의원들 중에 의정용으로 지급받은 노트북을 회의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와이파이 역시 여전히 설치되지 않아 의원들이 노트북을 지참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 의장의 이날 주장은 당장 눈앞의 현실과 모순된 것이다.
게다가 공주시의회는 지난 2016년 총 2000만원을 들여 '종이 없는 의회' 및 의정업무지원을 목적으로 의원들에게 각 15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본회의장 또는 현장방문 등에서 노트북 사용이 전무했다. 또 공공기관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지 않고 구입하면서 본회의장에서 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여기에 일부 의원이 반납기한인 지난 6월30일을 넘겼고, 시의회는 8대 의회에 들어서 280만원을 들여 노트북 2대를 새로 구입했다. 시의회는 "전 의원 중 A씨가 자신의 손자에게 사용토록 줬으나 결국 고장이 나서 고칠 수 없었고, 의석이 1석 늘어나 2대의 노트북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A씨의 노트북은 멀쩡했던 것으로 확인돼 의회 측이 거짓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의회의 경우, 의원들에게 지급된 노트북은 본회의장 또는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회기 중에 사용하며, 회의가 끝나면 의회사무국에 다시 반납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공주시의회는 의원실마다 데스크탑 컴퓨터를 지급하고도, 휴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업무상 사용은 없는 상황이다.
6일 공주시의회가 제199회 임시회 3차 본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의원들 자리에는 노트북이 비치돼 있지 않다. 사진/뉴스토마토
공주=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