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최악의 폭염으로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빨래 문제를 해결해 줄 ‘돌다릿골 빨래터’가 생겼다.
서울시와 KT그룹은 주민 1061명이 사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공동으로 ‘돌다릿골 빨래터’를 조성했다. 돌다릿골은 동자동과 후암동 일대를 부르던 옛 우리말 지명이다. 쪽방건물(용산구 동자동 9-19) 1층에 20㎡ 규모로 조성했으며 세탁기(30kg 1대), 건조기(30kg 1대), 진공압축기(1대) 등을 갖추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 운영한다.
돌다릿골 빨래터는 쪽방 주민들의 의류·침구류를 세탁·건조 후 진공으로 압축 포장해서 돌려주는 종합 세탁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는 집으로 찾아가 세탁물 수거부터 배달까지 해준다. 또, 앞으로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진공포장 세탁물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 설치도 지원할 계획이다.
금세 옷이 땀에 흠뻑 젖는 날씨지만 세탁기 놓을 공간조차 없는 쪽방 주민들에게는 빨래를 하는 것도, 말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겨우내 사용했던 두꺼운 이불과 옷가지들도 골칫거리다. 쌓이는 세탁물은 가뜩이나 좁은 방을 더 좁게 만들고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서식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만들기 일쑤다. 보건소에서 주 1~2회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각 쪽방상담소에서도 별도로 실내 소독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전까지 쪽방촌 주민들은 건물 내 공동 세탁기를 이용하거나 근처 사회복지관에 있는 빨래방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기존 사회복지관 빨래방의 경우 세탁·건조만 해주는 방식인 만큼, 이번에 문을 연 ‘돌다릿골 빨래터’는 쪽방주민들의 생활 고민을 한결 덜 수 있다.
일하는 8명의 직원은 모두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다. 시는 근로능력이 미약해 일자리 찾기가 어려웠던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빨래방에서 관련 교육을 마쳤으며, 1주일에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서울시는 건물 임차료, 인건비, 운영비를 지원하고, KT는 세탁기·건조기 등 세탁장비 구입비와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후원했다.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운영하는 온누리복지재단에서는 전기 관련 공사비 680만 원과 전담 관리인력 1명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돌다릿골 빨래터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돈의동, 창신동, 남대문, 서울역 등 나머지 4개 쪽방촌 지역에도 빨래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주민들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는 가운데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돌다릿골 빨래터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KT가 힘을 모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문 연 돌다릿골 빨래터.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