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현직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48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취재진에 심경을 밝혔다. 파일 삭제는 본인의 판단이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는지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제1기획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본인이 업무상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2만45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하는 등 공용물손상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행위는 법원 내 전문 분야연구회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견제 시도가 법원 내에서 문제가 된 이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삭제된 파일 내용 중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사모'와 관련해 암호화된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지난 3일 김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공용물손상 혐의에 관해서만 제한적으로 집행됐지만, 검찰은 이날 김 부장판사를 상대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등 판사 모임 동향 파악과 모임 소속 법관의 의견 수집 후 법원행정처의 대책 문건 등을 작성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7개 단체는 6월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함께 임 전 차장, 김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과 25일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자료를 별도로 백업해 숨겨둔 USB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 중 일제 기업 상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과 관련해 오는 9일 오전 10시30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한다. 법원행정처가 2013년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란 문건에는 외교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고려해 대법원이 판결을 연기한 정황을 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이 사건에 청와대도 가담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해당 범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 2일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