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부장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제1기획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본인이 업무상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2만45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하는 등 공용물손상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행위는 법원 내 전문 분야연구회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견제 시도가 법원 내에서 문제가 된 이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삭제된 파일 내용 중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사모'와 관련해 암호화된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위로 김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가 청구됐고, 김 부장판사는 현재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7개 단체는 6월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함께 김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과 25일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자료를 별도로 백업해 숨겨둔 USB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등 판사 모임 동향 파악과 모임 소속 법관의 의견을 수집하고, 법원행정처의 대책 문건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 중 일제 기업 상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일본 상대 위안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등 범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 2일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 작성 관여 전·현직 판사 여러 명, 외교부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달 1일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에 대한 영장 외에 나머지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