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협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8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8일 특정가중범죄 처벌법 (국고 등 손실, 뇌물)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국세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이 국정원의 DJ비자금 추적 사업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정보 활동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요청을 선뜻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 전 청장이 공소사실과 같이 국고를 횡령했다는 범행을 인정하기 위해 국정원 공작사업에 협조하는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는 게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정원에서 이 전 청장에게 비밀리에 추진하던 사업을 공유하지 않았고, 이 전 청장이 데이비드슨 사업에 대해 진술했지만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추측에 불과했다"고 봤다.
이어 “이 전 청장은 해외정보원에게 지급되는 국고가 집행되는지 알지 못했고, 국정원과 협의할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했다는 것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국정원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뇌물 수수가 있었다는 일시가 특정되지 않고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돈을 건네기 위해 국세청을 방문한 게 사실인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 전 국장으로부터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해 "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징역 8년에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MB 재임 시절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와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지난 5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