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거침없는 규제개혁…다음은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원동력인데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경쟁력 저하

입력 : 2018-08-08 오후 4:47:3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직접 산업현장을 찾아 의료기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역설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3번째 혁신 타깃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의 기본 동력원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해소는 은산분리 완화와 함께 지난 6월27일 청와대 규제혁신점검회의에서 다뤄질 핵심규제 2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준비미흡’을 이유로 행사가 당일 취소됐고, 문 대통령은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서 보고해 달라”며 “이해 당사자들이 있어 갈등을 풀기 어려운 혁신과제, 규제과제에 대해서는 10번이든 20번이든 찾아가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7일 여름휴가 복귀 후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인터넷은행 현장 방문을 선택해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히며 규제혁신 행보를 본격화 했다.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 규제해소를 통한 빅데이터 활성화 추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빅데이터는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맞춤형 마케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분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국내에선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막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정보주체 동의, 법령상 의무 준수, 계약 체결과 이행 등 일정 요건에서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이 외의 목적으로는 수집과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인정보를 암호화한 ‘비식별 개인정보’의 수집·활용이 절실하다는 입장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비식별정보 역시 가명처리의 방법과 절차에 따라 그 자체로 특정 개인이 식별되거나, 다른 정보와의 결합을 통해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빅데이터 활용의 문을 일부 열어놨지만, 기준이 부실하고 법적근거가 미비한 문제점이 있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실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활용하려 했던 기업 20여곳을 현행법 위반 사유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의 근본적인 개정 없이 빅데이터 활용이나 산업 활성화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마다 현장을 찾는 것도 여론을 환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정책에 힘을 실어 입법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첫 공식행사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 활력을 강조하며 “우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면서 후반기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7일에도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이달부터 월 1회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과거와 같이 다양한 주제를 한 번에 다루는 형식적인 회의가 아닌. 하나하나 주제별 ‘각개격파’ 형식으로 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과 그를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는 근본적인 배경은 침체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려 일자리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달 17일 한 간담회에서 “경제성장이라는 물을 끌어오는데 있어서 소득주도성장은 마중물에 불과하고 더 많은 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이라는 펌프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를 마친 후 기업부스를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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