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일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출석했다. 지난 6일 1차 조사 이후 사흘 만이다.
이날 오전 9시26분쯤 출석한 김 지사는 특검 사무실 앞 포토라인에 서서 "충실히 조사에 협조하고,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만 본분을 벗어난 수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신속히 경남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다시 한번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대선 캠프 내 전문가를 제치고 드루킹에게 자문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에게는 "국민에게 다양한 의견 수렴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센다이 영사 자리 등을 제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제안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진행되는 조사도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사실관계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면 김 지사와 '드루킹' 김모씨 등의 대질도 이뤄질 수 있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김씨 등이 댓글을 조작한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 등은 네이버 아이디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등을 사용해 기사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하는 등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씨 등은 2016년 11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명 '산채'로 불린 느릅나무출판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로 사용된 장소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김씨가 자진해서 제출한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김씨와 김 지사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로 대화한 내용도 분석했다. 해당 USB에서는 김 지사가 지난해 1월 대선 후보 정책 공약과 관련해 재벌 개혁에 대한 자료를 김씨에게 요청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6일 오전 9시30분 김 지사를 불러 1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사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7일 오전 3시50분쯤 조사를 마친 후 나와 취재진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며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경공모의 핵심 회원인 도모 변호사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또다시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도 변호사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드루킹과 피의자의 경공모 내의 지위와 역할에 비춰 볼 때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나 증거위조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특별히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한 점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 변호사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를 위조해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17일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위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후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특검팀은 이달 6일 김씨 등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6일 오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