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장관 “집합건물도 관리비 의무 공개 추진”

"20년간 관리비 구경도 못해" 불투명·과다 관리비 성토

입력 : 2018-08-16 오후 6:11:2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현장과 동떨어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에 대해 관리비 의무 공개 등을 담아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서울시는 16일 오후 관련 단체, 시장관리단, 주택관리사, 오피스텔 소유자, 상가 상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하우징랩에서 집합건물법 개정을 위한 현장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법무부는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집합건물의 이용 편의를 증진하고자 집합건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집합건물법은 빌라, 연립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및 상가건물과 같이 한 동의 건물이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조·이용상 독립돼 사용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률로 전국에 약 56만개 동의 집합건물이 존재한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집합건물법 개정방향을 살펴보면, 일정한 규모 이상의 집합건물에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다. 소규모 집합건물에 일정 인원 이상의 소유자와 세입자의 요구가 있으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 부당한 관리비 징수·사용을 방지한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집합건물의 관리인에게 관리비 등 금전 사용 내역에 대한 장부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소유자와 세입자의 청구가 있으면 이를 공개해 알권리를 강화한다. 소규모 건물에도 구분점포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소상공인들이 자유로운 형식의 매장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지진·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비한 공사나 노후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리모델링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단집회의 의결 정족수를 완화해 집합건물 이용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공용부분은 구분소유자 의결권의 4분의 3, 건물 수직증축 등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개정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제대로 방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성미 마포한강2차푸르지오오피스텔 소유자 및 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오피스텔의 경우 입주민을 위한 관리가 아니라 관리비를 더 많이 뜯어내기 위한 관리를 하기 일쑤”라며 “법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900만원 이상의 지출해 안내물을 제작하고 집마다 일일이 방문해 겨우 오피스텔 관리단을 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일 광화문스페이스본아파트 관리소장은 “장기수선비를 근거 없이 100억원 넘게 걷어 분쟁있는 곳도 많고 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며 “오피스텔이 업무·사무용 시설이기도 하지만 열악한 나홀로세대들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케어제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덕빈 강변테크노마트 입점주는 “20년 넘게 장사를 하는데 관리단이 관리비를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장기수선충당금도 상인들이 부담하고, 건물이 흔들려 상인들이 피해를 봤는데 안전진단비용도 관리비에까지 부과하는 등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김태근 변호사는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조사나 분쟁조정이 들어와도 거부하면 그만인 상황에서 부담하지 않아도 될 장기수선충당금까지 세입자가 내고 있다”며 “법무부의 개정방향을 보면, 관리비를 청구 시에만 공개하는데 이러면 또다시 소송이 불가피한 만큼 관리비 월별 지출내역이나 잡수입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대부분 집합건물법에서도 보장해주지 않는 50세대 미만 주택에 사는 청년들에게 관리비는 두번째 월세나 다름없다”며 “법의 대상을 더 소규모까지 확대하고 관리비 고지 대상에 세입자를 포함해 더 낮은 곳까지 법으로 보호해달라”고 주문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지난 몇 차례의 개정에도 사적단체에만 맡기니 온갖 비리가 발생해도 해결되는 일이 없다”며 “서울시나 행정기관이 개입해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동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얘기를 들어보니 회계감사 도입이나 관리비 비리 공공 개입, 분양사 의무사항 위반 법적제제 등은 어느 정도 합의되는 부분 같다”며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은 행정이 당연히 해야할 일로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을 모두 들은 박 장관은 “법무부 개정안에 오늘 내용까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제대로 반영하도록 지시하겠다. 소극적인 개정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감하게 국민을 위한 방향이지 못하고 이런 부분이 남아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법무부 개정안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김태근 변호사가 얘기한 관리비 의무 공개, 최지희 위원장의 제안, 김남근 변호사가 얘기한 행정의 후견적 기능과 역할 등 오늘 얘기들을 충분히 개정안에 반영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다수가 원하는 법이 옳은 법이다라는 평소 생각처럼 국민의 의견을 더 경청하고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하우징랩에서 집합건물법 개정방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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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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