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고용지표는 곳곳에 최저임금의 여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평가다. 경기민감 업종인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급감했고, 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 수도 줄었다.
제조업 업황 부진과 인구구조 감소 원인 탓만 하던 정부도 이같은 상황에 뒤늦게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고용개선 추세를 전환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동기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사상 최악의 고용성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구직자들이 구인기업 명단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만명으로 곤두박질쳤던 지난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눈에 띄는 것은 고용지표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7월 고용동향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숙박음식업 취업자 감소폭이 두드러지는데,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업은 8만명 줄었다. 경기민감 업종인 도소매·숙박음식업은 내수 부진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종업원을 줄이면서 취업자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경비원 등이 속해 있는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10만1000명 감소했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도 각각 10만8000명, 12만4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비용이 상승하면서 임시직 등의 고용을 줄였다는 의미다.
정부도 뒤늦게 최저임금 여파를 일부 인정했다. 휴가 중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관계부처 장관들과 긴급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일부 업종·계층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그 영향 정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심각한 고용사정에 모든 정책수단을 사용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고용상황이 개선 추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재정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슈퍼예산을 편성해 혈세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주력 제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발굴해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