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신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자급제폰 출시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자급제폰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 제조사에서 바로 구입하는 제품이다. 이통사 약정 없이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만 끼우면 소비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유심 요금제가 없는 이통사와 달리, 알뜰폰사업자들은 다양하고 저렴한 유심 요금제를 갖췄다. 자급제폰 활성화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알뜰폰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업계에서는 자급제폰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신규 프리미엄폰들이 잇따라 자급제폰을 선보이면서 자급제폰 시장 규모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존 자급제폰들은 일부 중저가폰 위주로 출시되면서 선택폭이 제한적이었다. 프리미엄폰의 자급제폰이 나오더라도 출시시기가 늦고 이통사향보다 출고가 또한 10%가량 비쌌다. 하지만 지난 3월 ‘갤럭시 S9’이 프리미엄 자급제폰으로 이통사향 단말과 동일한 시기, 같은 가격에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G전자의 ‘G7 씽큐’와 ‘V35 씽큐’ 경우도 자급제폰 출시가 이어졌고, 199만9800원의 초(超)프리미엄 스마트폰 ‘LG 시그니처 에디션’도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노트9’를 선보이며 노트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자급제폰을 함께 출시하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 12일 중국 화웨이가 20만원대 자급제 단말 ‘노바 라이트2’를 국내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드는 등 자급제폰을 둘러싼 시장 경쟁은 한층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헬로가 전국 CU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유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사진/CJ헬로
알뜰폰업계는 다양한 유심 요금제 출시와 편의점 등의 유심 판매채널 확대, 간편한 개통 서비스 등으로 자급제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19일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자급제폰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유심 요금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들도 무약정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자급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알뜰폰의 저렴한 유심 요금제와 이용 편의성 등은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J헬로의 헬로모바일은 CU편의점에서 10기가바이트(GB) 유심을 판매 중이다. 요금제는 CU전용 상품으로 ▲데이터 10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월 2만900원 ▲데이터 10GB, 음성 300분, 문자 300건을 월 2만9700원 두 종류다. 쓰던 단말과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유심만 교체해 10GB 요금제를 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KT엠모바일의 경우는 전국 미니스톱 매장에서 무약정 롱텀에볼루션(LTE) 유심을 판매하고,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해 즉시 개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과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이통사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망 도매대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협상이 8월을 넘기면 국회 국정감사와 추석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도 연말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