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돗물 공급 중단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북 구미시가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구미시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구미시와 수자원공사는 2009년 11월 '낙동강 중부권 급수체계 구축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안정적 용수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후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칠곡보가 준공되는 2011년 9월까지 해평취수장의 취수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해양부 방안에 따라 2009년 1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시트파일과 이불형 돌망태 등 임시물막이를 설치했다.
수자원공사는 2011년 4월1일 갑작스러운 취수위 저하가 발생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시트파일 상단부와 이불형 돌망태 일부가 유실된 것을 발견한 후 보강공사를 진행했지만, 계속해서 강물이 임시물막이를 넘어가면서 결국 그해 5월8일 시트파일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평취수장의 취수위가 확보되지 않아 구미권 광역상수도 급수지역에는 이틀에서 최대 닷새 동안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구미시는 수자원공사가 공급하지 못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등 손해액, 생수 물통 등 구매비용, 직원 근무수당 등 약 1억5000만원과 사회적 신용 훼손에 따른 위자료 약 8억5000만원 등 총 1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해 수자원공사가 구미시에 재산상 손해액의 절반인 약 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수돗물 공급을 중단한 지 약 18시간 만에 재개했는데도 단수 사태가 2일에서 길게는 5일까지 이어진 것은 원고의 급수체계가 노후화하고 비효율적인 탓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며 "원고의 급수체계가 노후화한 것이 원고의 과실은 아니지만, 피고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인이 단수의 지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수도시설은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시설로서 전 국토에 걸쳐 복잡하게 깔려 있는데, 도시가 급성장함에 따라 그 성장 속도에 맞춰 수도시설의 설계를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즉각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로 원고의 명예가 어느 정도 훼손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수도사업의 특성상 그 예측이 가능하고, 원고가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어 피고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로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시물막이가 갑자기 전도되는 사고로 원고에 대한 수돗물공급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는데, 이는 수돗물공급규정이나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면책조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수돗물공급규정에 의하면 피고의 수도시설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비상 재해 또는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 피고는 수돗물 공급을 중지하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는 고객이 받은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협약에 의하면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평균급수량 범위 내에서 원고가 요청한 용수공급량을 제한해 공급할 경우 피고의 수돗물공급규정의 기본요금단가에 제한일수와 제한량을 곱해 산정된 금액을 원고에 보상해야 하나,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한 시설물의 점검·진단, 계획보수 등과 돌발적인 사고로 용수공급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이후의 단수는 각 면책사유에서 정한 '수도시설의 고장 발생'에 의한 수돗물공급중지 또는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용수공급제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협약상의 면책조항 역시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경우에 한해 피고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가 이 사건 사고 후에 복구와 수돗물 재공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기간인 2011년 5월9일부터 10일까지의 단수는 면책사유에서 정한 '수도시설의 고장'이나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단수에 해당하므로 이 단수에 대해 피고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