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고용시장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7월 취업자 수 증가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우려는 더 확산됐다.
특히 고용 일선에 있던 유통·외식업계의 동요가 크다. 그 와중에 최근들어 거세지고 있는 매장 내 무인화 바람은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또 다른 형태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등장하자마자 유통업계는 점포 무인화나 무인기기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인화에 대한 업계 의견은 기계 설치비용의 부담 혹은 기존 노동인력 감축 우려에 기울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국내 3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는 모두 무인 계산대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편의점도 일부 매장에 무인화 기기를 도입하는 등 소위 '알바'가 필요없는 매장을 늘려갈 조짐이다.
외식업체도 마찬가지다. 셀프서비스 도입은 기존에도 있었던 추세이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일본처럼 무인계산대나 선불 티켓판매기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뇌관을 터뜨리면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유통·외식 업계에 무인화 서비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기에 앞서 '무인화'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인건비 절감'에 매몰된 무분별한 무인화 바람은 자칫 '대량 실업시대'로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인간에 대한 기술혁명의 배신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다.
우리 산업현장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인화 흐름은 많은 사람들의 고용 불안을 부추기고 생산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노동수요를 창출하던 유통·서비스 업계가 '노동의 질'은 외면한 채 인건비 절감이란 이유로 무인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을 정부도 방관해선 안된다. 향후 무인화로 인한 고용절벽의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될 테고, 이는 정부가 강조한 최저임금 인상의 선순환 효과와도 정면 배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을 두고 인간이 기술과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정부의 후속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