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최저임금 부담, 본사와 나눠야"

폐점위약금·야간영업 강제 등 제도개선 촉구

입력 : 2018-08-21 오후 4:21:03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편의점이 24시간 영업하는 것 몰랐나',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못 줄거면 폐점하라'. 김상훈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 1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비아냥이다. 하지만 편의점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24시간 영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김 회장은 "운영 중인 점포가 직원 임금도 주기 빠듯할 만큼 저매출 점포라는 사실 역시 미리 알았다면 편의점 사업을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쏟아냈다.
 
21일 서울 송파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편의점주들은 가맹본부가 매출을 보장하는 등 정보를 왜곡해 점주를 현혹하고 있다며 ▲폐점위약금 철폐와 희망폐업 실시 ▲최저수익 보장을 통한 무분별한 출점 중단 ▲24시간 영업강제 중단 등 관련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편의점주들은 가맹본사가 을과 을의 대결로 치닫는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주 부담을 덜어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근접 출점과 수익구조 개선 없이 최저임금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내년에도 다시 피켓을 들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편의점 주요 5개사의 가맹점수는 9148개에서 3만3601개로 3.7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본사 전체 매출액은 3.3배, 영업이익은 3.8배에 이른다. 반면 편의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 1.2배 증가에 그쳤다.
 
협의회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하면 편의점주 실질수익은 급격히 감소해 본사 수익 증가와 반비례 관계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은 꾸준히 오르는 반면 편의점주들은 사실상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근근히 영업을 이어가는 실정"이라며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가 가져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가 2016년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점주 전체 영업이익은 8000억원 규모인 데 비해 5개사 본사의 총 당기순이익은 4547억원에 달한다.
 
본사 점포개설팀이 점주의 점포 개설을 유도하기 위해 점주를 기만해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지훈 CU 피해점주 모임 대표는 "편의점 후보자리 근처에 개인 슈퍼가 있을 경우 본사 점포개설팀은 근처 슈퍼가 없어질 것을 가정해 일매출 150만원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직도 그 슈퍼는 영업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2년 간 CU와 GS가 매장 1만개 돌파 경쟁을 벌이며 무분별한 개점을 강행한 결과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위약금을 철폐하고 귀책사유에 따라 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의회는 "편의점주는 본사의 과다 출점으로 인한 수익 악화를 떠안으며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발생하지도 않은 가맹본사의 미래이익을 보상하는 운영위약금을 없애고 인테리어 비용 전가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접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론 희망폐업제를 제시했다. 협의회는 "본사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로 인해 편의점주가 처한 위기를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수익성이 없는 점포는 한시적으로 위약금을 전액 삭감하고 폐업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재 1~2년에 한해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최저수익 보장 대신 전체 계약기간 동안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최저 생활이 가능한 점주 소득을 보장할 것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출점을 막고 정확한 상권 분석과 입지 분석을 거쳐 점포를 개발해 출점 때부터 불공정과 불합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편의점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됐지만 본사가 지원금 삭감을 통해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의회는 "본사가 각종 본사 지급금을 지원금으로 바꿔 야간 미영업시 이를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고 가맹사업법이 규정하는 취지에 따라 실질적인 심야 영업 중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송파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앞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제도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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