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가격 하락을 근거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반도체 시장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대로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전세계 반도체 시장 1위와 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4771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15.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성장률(21.6%)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지난 6월 전망치인 12.4%에서 3.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5.2% 늘어난 50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두달 전 추산했던 4.4% 성장률 전망치보다 소폭 상향됐다.
WSTS는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아날로그, 옵토일렉트로닉스(광전자) 등 모든 품목에서 매출 증가세를 예상했다. 지역별로도 일제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과 배치되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9일 D램 재고조정 문제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반도체주 투자전망을 기존 중립(in-line)에서 주의(cautious)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날 골드만삭스도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버업체들이 예상보다 서버 D램 재고를 많이 갖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일정 부분 하락할 수는 있지만 지속되는 수요 증가로 양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반도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컸지만, 이제는 이 가격이 정상화 되는 수준으로 조정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다만 가격 조정에도 서버 등 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수요 확대가 지속되고 있어 전체 시장은 우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발표한 전세계 반도체 매출 15개 업체 리스트를 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397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3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는 177억5400만달러로 56%나 매출이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3위였던 파운드리 강자 TSMC도 밀어냈다. 반도체 시장이 내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사 실적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