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총수 지분 20%로 일원화

공정거래 생태계 조성해 소득주도·혁신성장 제도적 뒷받침

입력 : 2018-08-21 오후 5:05:20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수정한다. 일감몰아주기 대상인 상장회사의 기준을 강화해 대기업과 총수 일가를 압박하고,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도 상향한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법 집행을 통한 대기업 규제를 더욱 구체화 하는 한편, 이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의 핵심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익편취 대상·순환출자 규제 강화…내부거래 규제 본격화
 
먼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회사의 경우 현행 총수 일가의 지분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에서 상장·비상장 기준을 없애고 일괄 20%로 조정한다. 또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편법적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대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를 본격화 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부터 표방했던 '재벌 개혁'을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향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촉구한 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 재벌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 집행은 더욱 강화한다.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최고한도를 2배 높여 행정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이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데 기여했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새로운 공정거래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공정경제를 실현할 정책으로 재벌의 편법적인 관행을 바로잡고 건전한 거래를 확립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개정안도 마련된다.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인수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활성화한다. 개정안에는 현행 벤처지주의 자산총액 기준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줄이고,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벤처지주회사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2001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제도다. 일반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상장기업은 20%, 비상장기업은 40% 지분을 보유하는 것과 달리 벤처지주회사는 상장·비상장 모두 20%만 보유하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해 벤처투자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이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활동을 막고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개정 공정거래법 도입 범위 등은 조율을 거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시장과 기업에는 경제민주화의 분명한 시그널을 주겠으나, 기업의 법 준수 부담을 고려해 도입 범위나 시행시기는 조율하도록 했다"고 했다.
 
공정거래 생태계 구성에 초점…소득주도·혁신성장 성과낼 것
 
정부는 공정거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구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앞선 정부의 '대기업이 잘돼야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독점 지배 체제를 개선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정경제 토대 위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구현해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세 개의 톱니바퀴가 같은 속도로 맞물려 돌아가야만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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